들어가며 — 육아 번아웃과 마주한 날
둘째아이가 13개월이 되었을 때 나는 직장에 복귀했다.
정말 정신없는 하루가 늘 반복되었다. 아이가 두 돌이 지났을 무렵, 나는 번아웃이 왔다.
특별히 나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어느 날 아침, 아이가 깨서 "엄마"를 부르는 소리를 들으면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싶었다.
아이가 미운 게 아니었다.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그 감정이 너무 낯설고 무서워서 한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좋은 엄마는 이런 감정을 느끼면 안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때 처음으로 니체를 다시 읽었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그 문장이 위로가 됐다.
단지 격언으로서가 아니라, 극심한 고통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의 말로서.
키르케고르 — 불안은 자유의 증거다
쇠렌 키르케고르(1813~1855)는 실존주의의 선구자다. 그는 평생 깊은 우울과 불안 속에서 살았다.
그러나 키르케고르에게 불안(Angst)은 단순히 없애야 할 감정이 아니었다.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이라고 그는 말했다.
인간은 선택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불안을 느낀다. 만약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불안도 없을 것이다. 불안은 자유의 증거다.
번아웃이 왔을 때 나는 불안했다. 내가 이러면 안 된다는 것, 그러나 어떻게 바꿔야 할지 모른다는 것. 그 불안이 사실은 내가 더 나은 방향을 선택할 수 있는 존재라는 증거였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니체 — 고통 없이는 성장도 없다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는 위대한 역설의 철학자였다. 삶을 가장 강렬하게 긍정한 철학자가, 동시에 가장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그의 핵심 개념 아모르 파티(Amor Fati) — 운명을 사랑하라. 고통을 포함한 자신의 운명 전체를 긍정하는 태도.
번아웃도 내 운명의 일부였다. 그것을 부정하고 숨기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내게 왔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조금씩 달라졌다.
피곤하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힘들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쇼펜하우어 — 고통이 삶의 본질이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1788~1860)는 세 사람 중 가장 어둡다.
그에게 삶의 본질은 의지(Wille)다. 이 의지는 맹목적이고, 결코 충족되지 않으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원하게 만든다.
욕망이 충족되면 권태가 오고, 충족되지 않으면 고통이 온다.
육아가 딱 그렇다. 아이가 빨리 컸으면 하다가, 크고 나면 그때가 그립다. 혼자만의 시간을 원하다가, 막상 혼자가 되면 아이가 보고 싶다. 쇼펜하우어의 말이 맞다. 이 진자 운동은 끝나지 않는다.
그의 처방은 예술과 명상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욕망이 멈추고 순수한 인식의 상태가 된다.
나에게 그것은 글쓰기였다.
아이를 재운 후 조용히 앉아 오늘 있었던 일을 쓰는 시간.
그 순간만큼은 엄마도, 직장인도 아닌 그냥 나였다.
고통을 대하는 세 가지 태도
철학자들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고통을 대하는 세 가지 태도를 발견한다.
키르케고르의 방식 — 고통 속으로 뛰어들어 그 의미를 찾는다.니체의 방식 — 고통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한다.쇼펜하우어의 방식 — 고통을 삶의 본질로 인정하고, 잠시 그것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찾는다.
세 가지 모두 고통을 부정하거나 무조건 제거하려 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의할 것 — 고통을 낭만화하지 말기
그러나 중요한 균형이 필요하다. 치료받아야 할 우울증을 "창조적 고통"이라고 낭만화하는 것은 위험하다.
번아웃이 왔을 때 나에게 필요했던 것은 철학적 통찰만이 아니었다.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했다. 남편과의 대화, 육아 분담, 때로는 전문가의 도움.
고통이 성장의 재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자동적이지 않다. 고통과 씨름하면서 발견한 통찰이 우리를 성장시킨다.
마치며
번아웃이 왔던 그 시간이 나를 무너뜨린 것이 아니라, 나를 다시 세웠다.
그 시간 이후 나는 더 솔직해졌다.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하는 것, 도움이 필요할 때 요청하는 것. 그것이 좋은 엄마의 조건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의 조건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고통은 성장의 재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변환을 위해서는 성찰이 필요하고, 지지가 필요하고, 때로는 도움이 필요하다.
지금 당신의 고통에 충분히 다정하게 대해주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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