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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블로그10

언어가 생각을 지배한다 사피어-워프 가설과 심리언어학 들어가며 — 아이의 언어가 나를 바꿨다아이가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 나는 예상치 못한 경험을 했다.아이는 처음에 감정을 "싫어"와 "좋아" 두 가지로만 표현했다. 밥이 싫어, 가기 싫어, 자기 싫어. 어른의 눈에는 단순해 보이는 그 언어 속에서 아이가 느끼는 것들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뒤늦게 알아채는 경우가 많았다.그런데 어느 날 문득 나 자신을 돌아봤다. 나도 크게 다르지 않구나."기분이 안 좋아." 이 말을 얼마나 자주 쓰는가. 그 안에 피로함이 있는지, 외로움이 있는지, 억울함이 있는지, 실망이 있는지 구분하지 않고. 아이에게 더 풍부한 감정 언어를 가르치려다가, 정작 내 감정 언어가 얼마나 빈곤한지를 발견했다.언어가 감정을 만든다는 것을 아이를 키우면서 처음으로 실감했다. 그리고 그것이 단순한 언.. 2026. 6. 17.
우리는 왜 악인에게 공감하는가 — 악의 평범성과 공감의 역설 들어가며 — 아이에게 화를 낸 날아이에게 심하게 화를 낸 날이 있었다.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피곤했던 날이었다. 아이가 밥을 안 먹겠다고 버텼다. 나는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아이를 재우고 혼자 앉아 생각했다. 나는 왜 그랬을까. 나쁜 엄마인 걸까. 아니면 그냥 너무 지쳐있었던 걸까. 그 경계가 어디인지 모르겠었다.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이 질문과 정면으로 마주했다. 평범한 사람이 나쁜 행동을 할 때, 그것은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기 때문인가. 아니면 상황이 그렇게 만든 것인가.드라마나 영화를 보다가 문득 이런 경험을 한 적 있는가. 분명히 악당인데, 그의 말이 어딘가 이해된다. 그의 상처가 보인다. 심지어 그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납득이 된다. 그리고 그 납득에 스스로 당황.. 2026. 6. 12.
트라우마는 어디에 남는가 — 몸과 마음의 기억 들어가며 — 아이를 키우다 마주한 질문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유치원을 가기 싫다고 했다.전날까지 멀쩡하던 아이가 현관 앞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왜?"라고 물어도 "그냥"이라는 대답뿐이었다. 나는 처음엔 떼쓰는 거라고 생각했다. 달래기도 하고, 살짝 다그치기도 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같은 패턴이 반복됐다.나중에야 알게 됐다. 며칠 전 체육 시간에 친구 앞에서 넘어지면서 아이가 크게 창피함을 느꼈던 것이었다. 아이는 그 순간을 말로 꺼내지 못했다. 그냥 그 장소가 싫어졌고, 몸이 먼저 거부하기 시작한 것이었다.그때 나는 처음으로 실감했다. 트라우마는 어른에게만 생기는 게 아니구나. 그리고 그것은 말이 아니라 몸으로 먼저 나타나는구나.전쟁에서 돌아온 군인이 자동차 배기음에 바닥에 엎드린다. 어린 시절 .. 2026. 6. 9.
롤플레이의 심리학: 페르소나, 가면 그리고 진짜 나 롤플레이의 심리학: 페르소나, 가면 그리고 진짜 나우리는 하루에 몇 개의 얼굴로 살아갈까?직장에서의 나와 가족 앞에서의 나는 다릅니다.친한 친구와 있을 때의 모습과 연인 앞에서의 모습도 다릅니다.SNS에서 보여주는 나 역시 현실 속의 나와 완전히 같지는 않습니다.어떤 상황에서는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 되고, 어떤 상황에서는 조심스럽고 신중한 사람이 됩니다.그렇다면 이 다양한 모습들은 모두 진짜 나일까요?아니면 우리는 매일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것일까요?심리학은 오래전부터 이 질문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오늘은 칼 융의 페르소나 이론, 그림자 심리학, 그리고 사회심리학의 자아 개념을 통해 인간이 왜 다양한 역할을 연기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페르소나란 무엇인가?페르소나(Persona)는 심리학자 칼 융(Carl .. 2026. 6. 2.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왜 그림을 미완성으로 남겼나 — 완벽주의와 창의성의 역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왜 그림을 미완성으로 남겼나 — 완벽주의와 창의성의 역설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남긴 완성작은 생각보다 적다. 모나리자도 사실 완성작이 아닐 수 있다는 설이 있다. 그는 수천 쪽에 달하는 노트를 남겼지만, 실제로 완성된 프로젝트는 소수에 불과하다. 처음엔 그냥 바쁜 사람이었나 보다 했는데, 알고 보니 이건 완벽주의의 심리학과 깊이 연결된 이야기였다.완벽주의의 두 얼굴심리학에서 완벽주의는 두 가지로 나뉜다. 적응적 완벽주의와 부적응적 완벽주의다. 전자는 높은 기준을 세우되 실수를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이는 태도다. 후자는 조금이라도 기준에 못 미치면 전부 실패로 규정하는 태도다.다 빈치는 후자에 가까웠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그림 하나를 수년간 붙들며 계속 수정했다. 동시에 수십 개의 프.. 2026. 5. 24.
왜 나는 칭찬받으면 오히려 불안할까? — 가면 증후군의 심리학 왜 나는 칭찬받으면 오히려 불안할까? — 가면 증후군의 심리학살면서 한 번쯤 이런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열심히 준비한 발표가 끝났고, 상사가 '정말 잘했어요'라고 말해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쁘기보다 불안하다. '혹시 저 사람이 나를 과대평가하는 건 아닐까? 다음번엔 들통나겠지.' 처음엔 그냥 내가 소심한 탓이라 생각했다. 알고 보니 이건 심리학에서 오래전부터 연구된 현상이었다. 가면 증후군이란 무엇인가가면 증후군(Impostor Syndrome)은 1978년 심리학자 폴린 클랜스와 수잔 아임스가 처음 명명한 개념이다. 쉽게 말하면, 자신의 성공이 실력이 아니라 운이나 착각에 의한 것이라고 믿는 심리 상태다. 학력이 높고, 커리어가 탄탄하고, 남들이 보기엔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오히려 더 자주 나타난다.. 2026.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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