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심리학과 인문학이야기

인간은 본래 선한가? 약한가? 성선설, 성악설, 심리실험

by 덕질할매 2026. 9. 30.
반응형

인간은 본래 선한가 악한가 — 성선설·성악설과 심리실험

아이의 첫 번째 나눔과 첫 번째 거짓말

아이가 처음으로 자기 과자를 친구에게 건넨 날이 있었다.두 돌도 채 되지 않은 아이였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손에 쥔 과자 하나를 옆에 앉은 아이에게 내밀었다. 그 순간 나는 가슴이 뭉클했다. 이 작은 사람 안에 이미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구나.그로부터 몇 년 후에는, 아이는 처음으로 거짓말을 했다.

과자 봉지를 몰래 뜯어놓고 "내가 안 했어"라고 했다. 입 주변에 과자 부스러기가 붙어있는 채로.

선함과 악함. 둘 다 이 작은 사람 안에 있었다.

동양의 논쟁 — 맹자 대 순자

맹자(孟子)는 성선설을 주장했다. 인간은 본래 선한 본성을 가지고 태어난다.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는 것을 보는 순간, 누구든 자신도 모르게 달려가 구하려 한다.

순자(荀子)는 성악설을 주장했다. 인간은 본래 이기적이고 욕망을 추구하는 존재다. 교육, 예의, 법, 제도가 없다면 인간은 서로를 해치고 사회는 혼란에 빠진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두 철학자가 모두 옳다는 것을 매일 경험한다. 과자를 나눠주는 아이, 그리고 거짓말하는 아이.

결국 내 앞에 있는 그 둘이 같은 아이다.

심리학이 내놓은 증거들

예일대학교 카일리 햄린(Kiley Hamlin)의 연구팀은 생후 6~10개월 된 아기들에게 두 가지 인형을 보여줬다. 하나는 다른 인형이 언덕을 오르는 것을 돕는 인형, 하나는 방해하는 인형.

압도적 다수의 아기들이 '돕는 인형'을 선택했다.

말도 못 하고, 아직 사회화도 되지 않은 아기들이 친사회적 행동을 선호했다. 도덕 감각의 일부가 타고난 것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동시에 밀그램 실험, 스탠퍼드 감옥 실험은 인간의 어두운 면도 보여준다. 평범한 사람들이 상황과 권위의 압력에 굴복할 때 얼마나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진화심리학의 답 — 둘 다 우리 안에 있다

진화심리학은 가장 통합적인 설명을 제공한다. 인간은 집단 내 협력과 집단 간 경쟁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내집단에 대한 강한 협력과 이타성, 그리고 외집단에 대한 경쟁과 배타성. 맹자가 옳았다. 그러나 홉스도 틀리지 않았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이 두 가지 본성을 어떻게 다루는가의 문제다. 선한 본성을 강화하고, 이기적 본성을 조율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 그것이 양육의 핵심일 수 있다.

상황이 본성을 이긴다

사회심리학이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통찰은 이것이다. 인간의 행동은 성격보다 상황에 의해 더 강하게 결정된다.

이것은 개인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인간이 선하게 혹은 악하게 행동하는 것은 그 사람 개인의 본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제도, 문화, 환경의 문제이기도 하다.

아이에게 어떤 환경을 만들어주는가. 어떤 상황을 경험하게 하는가. 그것이 아이의 본성이 어떤 방향으로 자라는지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인문학적 시선 — 인간 본성에 대한 겸손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인간 안에 근본악(Radical Evil)의 성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이성의 능력을 강조했다.

인간은 악으로 기울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그 경향에 굴복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는 존재다.

아이의 거짓말을 발견했을 때 나는 혼내지 않았다. 대신 물었다. "무서웠어?"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혼날까봐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그 선택을 바꾸는 것은 아이의 본성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솔직하게 말해도 안전하다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었다.

마치며

인간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그렇다. 인간은 본래 복잡하다.

작은아이조차도 선함과 악함 모두의 가능성을 가지고, 그 사이에서 끊임없이 선택하는 존재. 그리고 그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과 관계.

어른이 된 우리가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그 복잡한 존재가 더 자주 선한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당신 안의 선함과 악함, 오늘은 어느 쪽에 더 힘을 실어줬나요?

[함께 읽으면 좋은 글]

2026.09.24 - [심리학과 인문학이야기] - 창의성과 정신건강의 관계: 예술가가 고통받는 이유

 

창의성과 정신건강의 관계: 예술가가 고통받는 이유

아이를 재우고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아이들을 재운 후 집이 조용해지면 나는 무언가를 쓰기 시작한다.아주 어렸을적부터 나는 일기쓰기를 습관화했었는데 컴퓨터가 생기고 나서부터는 컴퓨터

chs77697769.com

2026.07.25 - [분류 전체보기] - 공감의 한계: 우리는 타인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공감의 한계: 우리는 타인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공감의 한계: 우리는 타인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들어가며 — 아이를 이해한다는 착각 아이가 세 살 무렵,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친구를 깨물었다는 연락이 왔다.집에서 그런 모습을 본 적

chs77697769.com

2026.06.17 - [심리학과 인문학이야기] - 어린 시절이 평생을 결정하는가 — 애착이론과 발달심리학

 

어린 시절이 평생을 결정하는가 — 애착이론과 발달심리학

어린 시절이 평생을 결정하는가 — 애착이론과 발달심리학교육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자녀를 키우다 보면, 한 가지 물음이 자꾸 떠오른다."우리 아이의 지금 이 순간이 평생을 좌우할까?"이것은

chs77697769.com

2026.06.17 - [심리학과 인문학이야기] - 언어가 생각을 지배한다 사피어-워프 가설과 심리언어학

 

언어가 생각을 지배한다 사피어-워프 가설과 심리언어학

들어가며 — 아이의 언어가 나를 바꿨다아이가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 나는 예상치 못한 경험을 했다.아이는 처음에 감정을 "싫어"와 "좋아" 두 가지로만 표현했다. 밥이 싫어, 가기 싫어, 자기

chs77697769.com

 

반응형